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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용품

[코송일기] 동네고양이 이야기 _ 턱시도편

by 리담 2022.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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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송일기] 동네고양이 이야기 _ 턱시도편
2022년 1월 19일 눈옴

멋쟁이 턱시도

안녕 난 이 동네에서 태어났어

턱시도의 엄마는 오공이다. 그해 오공이는 3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오공이가 카오스라서 턱시도2마리와 고등어 무늬 1마리를 낳았다. 그중 가장 옷을 잘 입었던 턱시도는 덩치도 크고 호기심도 왕성해서 어릴때부터 장난감으로 놀아주면 놓아주지 않는 집념을 보이기도 했다. 엄마는 턱시도가 어릴적에 항상 ‘저놈은 발이 왕발 이라서 엄청 크겠어’라는 말을 자주했는데 실제로도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새끼들 중 가장 덩치가 좋았다. 두툼한 발, 멋진 옷,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던 턱시도를 생각하면 함박눈이 내리던 겨울밤이 생각난다. 칠흑같은 겨울밤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기위해 창문을 열었는데, 턱시도가 거기에 있었다. 아마도 잠을 자던중 내가 문을 여는 소리에 잠시 나온것 같은데, 그런 턱시도의 호기심 가득한 모습과 눈내리는 겨울밤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턱시도의 아깽이 시절 모습

나랑 놀아주러 오셨나요?

턱시도의 아깽이시절(아기고양이 시절), 아침이면 항상 우리 마당에 세마리 모두 나와서 뒹굴며 장난도 치고 서로 싸움의 기술을 익히며 온갖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녔다. 아침이면 항상 엄마와 아깽이들의 신경전이 오고갔다. 물론 엄마가 하는 최선은 공격보단 늘 방어였다. 고양이의 특성상 항상 볼일을 흙에다가 보는데, 대감이는 우리집에서 볼일을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깽이들이 나타나고 부터는 사정이 달라졌고 아깽이들은 항상 엄마가 작물을 심기위해 부슬부슬하게 파놓은 흙에 볼일을 봤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자연에 있는 모든 흙밭이 자신의 화장실이지만 유독 엄마가 부슬부슬하게 밭을 가꿔놓은 곳에 볼일을 보는 이유는 다른 곳에 비해 땅을 파해칠 때 쓰는 에너지가 적기때문이다.

장난감을 좋아하던 턱시도

아깽이 때는 화장실 이용도 깔끔하게 하지 못하는 편이라 흙을 파지도, 묻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이건 집고양이도 똑같다. 그리고 나의 경험상 성묘가 되어서도 숫컷들이 볼일을 보고 아주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잘 정리한다. 암튼 이렇게 고양이들이 밭에 볼일을 본 후 아무것도 모르던 엄마가 호미로 흙을 파면 무언가 물컹하거나 이상한 덩어리들이 나왔고 냄새가 구리구리한 것을 알게된 엄마는 이모든 것이 아깽이들의 짓임을 알게 된다. 그래도 작물은 심어야 하고 아깽이들이나 다른 고양이들이 심은 작물 근처에 볼일을 보면 독한기운에 작물이 죽기때문에 작물을 심은 직후 어느정도 자랄때 까지 엄마는 최대한 방어 전략을 펼쳤다. 때로는 그 전략이 먹히지 않을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말로만 혼내실뿐 그저 자연의 섬리로 넘기셨다. 이맘때 아깽이들은 힘이 넘치고 장난치는 거도 좋아해서 놀아주면 아주 좋아했다. 엄마인 오공이는 나를 피했지만 어릴적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오공이의 새끼들은 경계반 호기심 반으로 항상 나를 기다렸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아깽이 3호 ‘도련님’

아깽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보면 육아를 하는 오공이 입장에서 벅찰때가 많았는지 내가 새끼들과 놀고 있어도 그저 멀리서 볼뿐 따로 경계를 하거나 하앍질은 하지 않았다. 아깽이들도 내가 장난감으로 잘 놀아주니 장난감 소리만 들리면 어디서든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항상 1등으로 나오는 건 턱시도였고, 둘째와 막내는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며 눈을 반짝였다. 이렇게 놀정도면 나와 친해졌을 거라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다. 아깽이들의 엄마인 오공이가 나와 친하지 않기때문에 이 아이들은 야생의 습성을 가지고 있어서 절대로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손에 있는 먹이를 받아 먹을 정도로 친해졌지만 만지려하면 으르렁 거리거나 아핡질을 당할 뿐이다. 이자리를 빌어서 혹시 길에서 동네고양이를 마주쳐서 몇번 간식도 주고 밥도 줬는데 내게 곁을 내주지 않는다며 섭섭해하거나 나를 싫어하는 것인가? 로 오해는 하지 않길 바란다. 그들은 그들의 삶의 방식이 있고 어미로부터 배운것들이 있기때문에 우리에게 쉽게 곁을 주지 않는 것일뿐 나를 싫어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인간이 무섭고 두렵지만 배가 고프니 일단 간식은 받아 먹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어쩌면 고양이는 인간에게 의존하는 것보다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하고싶은거 하면서 다니는 모습이 더 고양이 다운것 일지도 모른다.

우리 애기 배고프다옹

여름장마로 비가 자주 내리던 어느날 사건이 일어나서 오공이의 새끼들중 유일하게 턱시도만 남았다. (그 사건은 ‘동네고양이 이야기_오공이편’을 보면 자세하게 써두었다.) 오공이도 유일하게 남은 턱시도를 아주 애지중지 키웠다. 그러던중 태풍이 치는 날이었다. 그날 밤 요란하게 치는 천둥과 비바람 때문에 고양이들이 걱정되서 푸르스름하게 동이틀 무렵 창밖을 보았다. 다행히 피해는 없어 보였는데 급식소 위에 두마리의 고양이가 앉아있었다. 자세히보니 오공이와 턱시도였다. 아침은 항상 엄마가 주셨는데, 그 때문인지 엄마가 아침에 제일먼저 열어보는 창문을 보며 밥을 기다리고 있던것이다. 그 귀여운 모습을 사진에 담지 못해 아쉽지만 상황만큼은 재미있어서 그림으로 남겨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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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맹한 턱시도

턱시도는 춍춍이 다음으로 사냥을 매우 잘했다. 춍춍이가 캣초딩 시절 가장 많이 잡아오던 동물은 쥐였다. 물론 그땐 우리집에 닭이 있어서 춍춍이가 쥐를 잡아주는 것도 어느정도 도움이 되었다. 그러다가 춍춍이가 떠나고 쥐를 잡아오는 고양이는 없었다. 가끔 다른 고양이들이 벌레를 잡아 먹는 것을 보았다. 눈으로 잡아 먹는 광경을 봤다기 보다는 흔적으로 알 수 있었다. 벌레를 먹은 이유는 아마도 사냥놀이처럼 가지고 놀다가 먹은것 같다. 캣초딩도 잘 보낸 턱시도는 어느 가을날 마당에서 무언가와 대치 중이었다. 그것은 뱀, 가을이라서 독이 올랐을 뱀을 겁었이 어디서 데리고 왔는지 한참을 노려보고 있었다. 뱀도 만만치 않아 보이긴 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나는 뱀을 먼곳에 방생했다. 사냥을 아무리 잘하던 춍춍이도 뱀은 안잡아 왔는데, 요놈은 뭐가 될런지 뱀을 잡아와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최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턱시도

나를 잊지 말아줘

사랑의 계절이 오면 우리집 마당에 지내던 모든 수컷고양이들은 대감이의 등살에 모두들 떠나는데, 턱시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턱시도는 대감이보다 덩치도 좋고 힘도 좋았지만 대감이 앞에서는 모두들 이곳을 자신의 영역으로 둘 수 없었고 쫓겨났다. 그래서 지금은 턱시도를 볼 수 없지만 어디서든 잘 살 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감이처럼 사람을 좋아하던 아이도 아니니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서 해코지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덩치도 꾀 있어서 어디서 힘으로 밀리진 않았을 것이다. 단지.. 턱시도와 유난히 친했던 치즈딸래미(판다)는 아쉬었을 지도 모른다. 치즈딸래미도 이젠 대감이의 정실 부인이 되어 잘 살고 있지만 가끔 턱시도가 생각나지 않을까? 내가 눈내리는 겨울밤 창문에서 나를 바라보던 턱시도를 생각하는 것 처럼 턱시도도 이곳에서의 추억을 어디에선가 기억하고 회상하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리뷰마담:리담 리뷰마담 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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