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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용품

[코송일기] 먼여행을 떠난 동네고양이들 이야기

by 리담 2022.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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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송일기] 먼여행을 떠난 동네고양이들 이야기
2022년 01월 05일 맑음

뒹굴뒹굴 대감이

동네고양이들의 운명

도시에서 살았던 나는 어릴적 고양이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어른들이 많아서 고양이가 무서웠다. 그러다 어릴적, 내가 살던 아파트 화단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고양이를 보며, 왜 고양이들은 나쁜 행동을 할까? 라고 곰곰히 생각해 본적이 있다. 사실 그들이 하던 행동은 우리에게서 나온 것을 그땐 몰랐다.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 봉투를 찟어서 거리를 더럽히거나 밤마다 시끄럽게 울거나 하는 행동들로인해 그들은 도둑고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실 그들도 살고 싶어서 그랬을 텐데, 길에서 태어난 것이 죄는 아닌데도 그들은 늘 ‘도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금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도둑고양이가 아니라 ‘길고양이’ 또는 ‘동네고양이’로 불린다. 물론 아직도 그들을 도둑고양이로 보며 싫어하고 심지어는 학대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다. 내가 이 시골에 왔을때 가장 좋았던 점은 고양이를 대하는 시골 어르신들의 태도였다. 동네어르신들은 고양이를 그저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우리가 집을 지으면서 고양이들은 어제까지 자신들이 누렸던 삶의 터전을 잃었다. 우리집이 있기전 그들은 이곳을 자유롭게 다녔을 것이고 햇살도 마음껏 누렸을 것이다. 이젠 우리집을 지어 전과 같이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고양이들은 우리집 주변을 어슬렁 거렸다. 고양이들에게 이젠 우리땅이라고 주장해도 그들이 알아들을 수 없고, 고양이들 또한 나에게 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기에 공생하는 방법을 택했다. 공생의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나는 고양이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꾸지 않는 땅은 곧 잡초로 뒤덥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듯, 고양이도 그저 물 흐르듯, 계절지나듯, 짧은 여정에 잠시 우리집에 다녀간다고 말이다. 그렇게 지나간 아이들 중에 오늘은 춍춍이와 턱시도의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왼쪽이 춍춍이 오른쪽이 대감이

명사냥꾼 춍춍이의 이야기

춍춍이는 치즈라는 엄마고양이의 아들이다. 그당시 치즈가 우리집 창고 아래에 새끼를 3마리 낳았는데 그중 2마리는 치즈태비였고 한마리는 카오스였다. 춍춍이는 그 셋 중 장남이었다. 제일 크기가 작았던 막내가 춍춍이처럼 치즈태비였는데, 4개월정도 된 시점에 길을 건너다 그만 고양이별로 돌아갔다. 그 후 남은 아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줬는데 지금의 춍춍이와 카오스로 여자아이였던 오공이다. 춍춍이의 이름은 우리엄마가 지어줬는데, 어릴때 춍춍춍 걷는다고 춍춍이로 지어줬고 오공이의 이름은 내가 지어줬는데 외모가 원숭이를 닮아서 였다. 춍춍이의 성격은 활발하고 호기심 많고 용맹하며, 사냥을 너무 잘했다. 얼마나 잘했냐면 우리집은 처음에 닭도 키웠는데, 겨울쯤 되자 따뜻한 닭장에 쥐가 생기는게 골치아팠다. 그러다 따뜻한 봄이왔고 춍춍이도 어느정도 자랐다. 날이 풀리자 기다렸다는듯 춍춍이는 거의 매일 쥐를 잡았다. 밥은 우리집에서 주니 그냥 가지고 놀 생각으로 잡은 것인데, 닭장근처에 쥐가 사라지는건 좋았지만 다른문제가 생겼다. 춍춍이는 잡은 쥐를 꼭 우리 엄마가 자주다니는 길목에 두었다. 그걸 본 엄마는 매번 소스라치게 놀랬고 항상 뒷수습은 내가 했다. 밥은 잘 챙겨줘도 춍춍이랑은 딱히 친하지 않았는데.. 이게 보은이었던 걸까? 대감이처럼 안기거나 부르면 오는 고양이가 아니었던 춍춍이는 그저 튼튼하게 잘 키운 머슴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춍춍이도 사랑이 피어나는 계절이 가까워지자 대감이에게 얻어맞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덩치, 나이, 힘 모두 춍춍이가 대감이보다 우월 한대도 늘 얻어맞았고 결국 여름에 조금 떨어진 곳으로 도망치듯 터를 잡았다. 아들인 춍춍이가 늘 안타까웠던 엄마 치즈는 그런 아들을 데리고 한동안 같이 살면서 자신이 두번째로 낳은 새끼들을 공동육아 했다. 그러다 장마가 시작되었고 치즈가 낳은 새끼중 한마리가 고양이별로 떠났다. 치즈가 출산을 한지 얼마 안되었고 새끼는 아마 이제 막 눈을 뜨고 꼬물꼬물 움직였을 작은 생명이었을 것인데, 이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받아 들이기 힘들었는지 치즈는 새끼는 햇볕에 잠시 두었고 춍춍이는 그런 새끼를 손으로 여러번 흔들었다. 첫번째 출산에서도 한마리를 잃었었는데, 치즈는 그렇게 새끼를 가슴이 묻었다. 그리고 한동안 춍춍이도 안보였다. 아마도 대감이 등살에 못이겨 먼 여행을 떠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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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턱시도

멋쟁이 신사 턱시도

턱시도는 치즈의 딸인 오공이의 첫째 아들인데, 그당시 오공이는 새끼를 3마리 낳았다. 턱시도 무늬 두마리에 대감이 처럼생긴 고등어 한마리 였는데, 턱시도를 빼면 나머지 두마리의 성별은 정확하게는 모른다. 턱시도라는 이름은 내가 지어줬는데 어릴때부터 덩치도 크고 호기심도 많고 무엇보다 옷을 너무 잘 입어서 턱시도를 입은 신사처럼 보였다. 물론 오공이의 새끼들은 오공이를 닮아서 인간을 경계해서 대감이 만큼 친하진않았다. 그래도 우리집 창고아래에 살면서 매번 밥먹으러오고 새끼들이 장난도 치면서 잘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장마가 한창이던 여름이었다. 무엇이 우리집 마당으로 들어왔는지 닭장에 있던 닭들을 모두 죽였고, 고양이들도 겁이 났는지 모두 사라졌었다. 그해 여름은 나에게도 고양이들에게도 잔인한 여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나중에 턱시도는 돌아 왔다는것, 하지만 아직 어렸던 나머지 두마리는 생사를 알 수 없었고 다시 우리집에 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가을이 왔다 턱사도도 무럭무럭 자라서 힘이 어느 정도 생겼는지 산에서 뱀을 잡아와 마당에 던져두고 한참을 뱀과 눈싸움을 하고있었다. 뱀을 잡아온 고양이는 턱사도가 처음이라.. 말문이 막혔다. 겨우겨우 뱀을 처리고 넘치는 에너지를 장난감으로 놀아줬는데, 그것도 잠시뿐 어느날 그 장난감 마져도 물고가서 더이상 같이 못놀았다. 그리고 겨울 또 봄이 왔고, 턱시도도 춍춍이처럼 대감이의 등살에 못이겨 먼 여행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둥글둥글 꼬맹이

굴러온돌 꼬맹이

꼬맹이는 어느날 갑자기 우리집에 왔다. 시작은 이러했다.치즈의 세끼들중 유일하게 생존했던 팬더(일명 치즈딸래미)가 대감이의 정실 부인이 되더니 오공이를 밀어내고 우리집 창고밑에서 새끼를 낳았다. 아무래도 우리집 창고는 대감이의 정실부인들의 거처인듯 하다. 오공이가 쫓겨난 에피소드도 있는데 진짜 기가막히고 코가막힌다. 암튼 그렇게 치즈딸래미는 새끼 3마리를 낳았고 대감이처럼 생긴 고등이 2마리에 삼색이 1마리 이렇게 낳아서 길렀다. 아이들은 제법 자라서 서로 장난치면서 마당을 활보하며 우당탕 놀다가 심심하면 뒷산에 다녀오고 그랬는데, 분명 세끼는 3마리었는데 돌아올땐 4마리가 되었다. 아무래도 길을 잃은 꼬맹이가 치즈딸래미네 아이들을 따라왔는지 아주 자연스럽게 그집 자식인것 처럼 눌러앉았다. 더 웃긴건 꼬맹이의 태도였다. 한눈에 봐도 꼬맹이는 치즈딸래미네 아이들보다 한달은 어려보였다. 꼬맹이는 자기보다 덩치도 큰 치즈딸래미의 새끼들에게 장난도걸고, 처음보는 대감이에게는 엄마한테 하듯이 젓을 찾았다. 대감이는 남자인데.. 그리고 밥을 주는 나에게도 완전 개냥이었다. 대감이 이후에 이렇게 다가오는 동내고양이는 처음이었다. 이래서 다들 치즈~치즈~ 하나보다. 핵인싸인 그녀석은 눈치도 제로라서 아무한테나 부비고 심지어 하앍질하는 어른고양이한테는 기죽지 않았다. 밤톨만한게 어디서 까부는지ㅎㅎ 가소로워서 이름을 꼬맹이로 지어줬는데, 그 후 우리집에서 너무 잘먹어서 돼냥이가 되었다. 이젠 덩치로 어른고양이들에게 지지 않는다. 하앍질은 물론이고 옆에서 때려도 가만히 있는데 보통이 상황이 밥먹을 때라서 날카로워 질법한데, 꼬맹이는 오직 밥! 다른건 그냥 무시하고 밥만 먹는 것 같다. 이런 꼬맹이를 보던 아부지는 밥을 너무 먹어서 다이어트 해야한다고 밥을 적게 주시는데, 엄마는 몰래 밥을 더 주신다. 겨울이라서 애들 추우니까 밥이라도 많이 먹으라고 말이다. 대감이도 거의 두손두발 다 든것인지 이젠 비즈니스관계(?)로 겨울밤 따뜻하게 한집에서 잘때만 잘지내고 아침엔 남남처럼 구는듯하다. 아무래도 꼬맹이는 사랑이 꽃피는 계절이 오면 다이어트부터 해야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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