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양이 & 용품

[코송일기] 동네고양이 이야기 _ 치즈편

by 리담 2022. 1. 10.
반응형

[코송일기] 동네고양이 이야기 _ 치즈편
2022년 01월 10일 흐림

천천히 먹으라옹!

안녕 난 이 동네고양이야

치즈를 처음 만난건 어느 봄날 우리집 마당에 있던 닭장 문이 열리면서 숫탉이 탈출한 날이었다. 그날은 숫탉이 탈출한지 이틀이 되던 날이었는데. 어떻게 하루를 밖에서 버틴건지는 모르겠지만 귀소본능처럼 아침에 닭장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요놈이 어찌나 뺀질 거리는지.. 요리조리 피해 다녀서 열받아 있었다. 그런 수탉이랑 하는 술래잡기에 지칠때쯤 해가 지고 있었는데 내가 집에 잠시 들어간 사이에 마당에 웬 치즈태비 고양이 한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순간 숫탉이 걱정되었다. 우리 숫탉 잡아먹히는거 아냐 하고 창문으로 살피는데 그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그 고양이 입장에선 사람이 없는 틈에 정찰을 온 것인데, 창문에 비친 내가 빤히 보고 있으니 순간 본인이 잘못 본 것인가? 싶었던것 같다. 그래서 내가 서있는 창문을 한참 살펴 보고있었고 나는 그런 고양이를 미동없이 보고 있었는데, 우리의 빌런 숫탉이 그 고양이 뒤로 슬금슬금 다가 오고 있었다. 그정도 다가오면 고양이가 눈치 챌법도한데, 그 고양이는 나로인해 얼음이 되있던 상황, 마치 공포영화에서 주인공이 이상한 소리가 나는 방문을 열기위해 긴장하고 있을때 뒤에서 다가오는 살인범을 눈치못채는 그런 비슷한 상황이었다. 마침내  숫탉은 고양이 뒤로 바짝 붙게 되었고 이제야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고양이는 뒤를 돌았는데.. 숫탉이 까꿍! 하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도망갔다. 이게 나와 치즈의 첫 만남이다.

대감, 치즈, 삼색

치즈는 대감이 삼색이 보다도 경계가 심했고 내가 밥을 몇달을 주어도 경계를 풀은 적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집에 있는 밥을 포기할 수는 없었는지 우리집 근처를 배회하며 지냈다. 첫번째출산에서 낳은 새끼인 춍춍이, 오공이 그리고 고양이 별에겐 막내를 우리집 창고밑에서 출산했고, 새끼들은 엄마의 철저한 가르침으로 매일 밥을 주는 나를 경계했다. 급식소에 밥이 없을때 빼고 나한테 친한척하며 울음 소리를 내본적도 없던 치즈는 모성 만큼은 강했다. 그렇게 잘키운 새끼들에게 자신이 머물던 집을 내어주고 적장 본인은 더 좋지 못한 공간으로 이사할 만큼 새끼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삼색이랑 싸운적도 있지만 밥먹을땐 도 겸상할때도 많았다. 이런거 보면 치즈가 원래는 삼색이의 새끼었나 싶기도하다. 춍춍이와 오공이에게 집을 내어주던 그 시점은 아마도 치즈가 임신을 한 상태였던것 같다. 날이 갈 수록 남산 만해지는 치즈의 배를 보고있으니 출산장소는 잘 정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출산장소와 육아 장소를 여러군데 알아 놓는다고 들었다. 그리고 장마와 함께 여름이 찾아왔다. 그날은 비가 많이 내리고 천둥도 요란하게 치는 날이었다.

급식에서 잠시 비를 피하는 치즈

  그날도 치즈는 비를 맞으며 열심히 돌아다녔다. 남산만한 배를 가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무언가 불안해 보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반짝 나왔고 엄마는 고양이들의 아침을 챙겨주기 위해 급식소를 갔다. 그때, 대감이 자라고 만들어 줬던 고양이 집에서 뭔가 후다닥하고 튀어나왔다. 그집은 워낙 인기가 좋아서 가끔 대감이가 아닌 다른 고양이들도 자기 때문에 우리엄마는 그냥 다른 고양이가 와서 잤었나 보다 하려는 찰나, 그안에서 이상한 소리가났다. 엄마는 나에게 와서 안에 쥐 있거 아니냐고 봐달라고 하셨고 내가 살펴보니 그 안에는 고양이 새끼가 4마리나 있었다. 태어난지 얼마안되어 눈도 못 뜬 새끼었다. 그 당시 의심가는건 치즈뿐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치즈가 엄마가 맞았다. 이렇게 치즈는 두번째 출산으로 새끼들을 순산했다. 물론 나와 엄마, 그리고 다른 고양이들이 자주 다니는 그 집은 좋은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 바로 다음날 옮겼고, 그후 몇일뒤 비가 많이 와서 또 한번의 새끼를 가슴에 묻었다. 그후 시간이 흘러 나머지 세마리는 잘자라고 있었는데, 우리집 닭이 다 죽던날 그날 치즈의 새끼들도 한마리 빼고 모두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렇게 치즈는 한마리 남은 새끼를 위해 지극정성으로 돌봤고 어느덧 또 다시 사랑의 계절이 왔다.

치즈네 가족 왼쪽부터 치즈, 오공이, 춍춍이

치즈는 대감이의 열열한 구애에도 콧방귀만 뀌면서 대감이를 피해 도망다녔다. 치즈가 저정도로 굴면 대감이도 포기할 법한데, 절대 포기 안하고 졸졸졸 따라 다녔다. 그때마다 치즈는 대감이를 따돌리고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자신의 딸 판다(일명 치즈딸래미)를 매번 끼고 다니면서 둘만 오붓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어떤 고양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또 임신을 했다. 이번에도 지난번 만큼, 아니 지난번 보다 더 배가 불러보였다. 새번째 출산은 좋은 장소를 찾아서 안전하게 출산하기를 바랬는데, 치즈가 고른 장소는 또 이전에 출산했던 고양이집이었다. 그렇게 들어다 있는 치즈를 발견한 엄마는 치즈가 새끼를 낳고 있다고 생가했다. 그런데 이틀이 되어도 미동도 없는 치즈.. 치즈는 뱃속에 있는 새끼들과 함께 고양이별로 갔다. 나는 무서워서 차마 치즈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 길로 바로 땅을 파고 안에 있던 담요로 돌돌 감싸서 묻어주며, 짧았던 지구에서의 여행이 나를 만나 조금은 배고프지 않고 따뜻하게 보냈는지 말을 건내며 고양이별에서 낳지 못한 새끼들과 함께 행복하길 기도했다. 치즈가 떠난지 약2년이 되었다. 치즈야 잘지내니?

리뷰마담:리담 리뷰마담 리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