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송일기] 동네고양이 이야기 _ 삼색이편
2022년 01월 09일 흐림

안녕 난 이웃고양이야
대감이가 오고 그해 겨울 처음 만났던 삼색이는 그저 숲으로 가기위해 우리집을 잠시 지나는 행인에 불과했다. 삼색이의 거처는 길건너에 위치한 이웃집인데, 그곳 마당에서 햇볕을 즐기며 낮잠을 자는 모습을 자주봤다. 이웃집에서는 딱히 삼색이의 밥을 챙겨주진 않은 모양이다. 어느날 대감이가 알려준 것인지 삼색이는 우리집에 와서 급식소를 이용하게 되었다. 삼색이라는 이름은 내가 지어준 이름인데 삼색무늬를 갖은 고양이로, 보통 삼색무늬의 아이들은 여자아이이고 아주아주 희귀하고 드물게 남자아이가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동네에 돌아다니는 삼색무늬의 고양이들은 전부 여자고양이로 보아도 된다. 삼색이는 처음부터 미묘였다. 옷도 예쁘게 입고있고 가르마는 항상 단정했으며 뽀얀털은 언제나 잘 그루밍해서 반짝였다. 겨울에 만났을 때는 털이 쪘는지 풍성하고 덩치도 있어 보였는데 날이 따뜻해지는 봄이오자 원래의 몸매를 찾아 한층 더 미모를 뽑냈다. 처음엔 내가 나타나면 무서워서 도망가거나 눈치를 보던 삼색이는 내가 밥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로는 밥이 없을때 급식소 앞에서 기다리면서 나만보면 밥이 없다고 울었다.

삼색이의 최애장소, 급식소
급식소는 내가 아부지에게 부탁해서 합판으로 만든 아주 단순한 구조로 비를 맞으며 밥을 먹지 않도록 만든 것인데, 고양이들은 꾀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그 중 삼색이가 유독 급식소를 자신의 쉼터겸 낮잠자는 장소로 자주 애용했다. 그러던 중 어느 비오는날, 삼색이의 새끼들이 이유식을 할때가 되었는지 길건너에 있는 우리집까지 새끼들을 데려왔다. 비가 온다고 배가 안고픈 것은 아니니 비가 오는 날에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자신의 새끼들과 찾아온 것이다. 삼색이를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친한건 아니였기 때문에 멀리서 지켜봤다. 삼색이의 새끼는 3마리 였는데 다 이빠가 달랐는지 무늬가 달랐다. 한마리는 춍춍이 같은 치즈태비, 또 한마리는 대감이 같은 고등어, 또 한마리는 삼색이랑 완전 판박이인 삼색이 이렇게 3마리었다. 그런데 그날 다른 고양이들이 와서 밥을 먹었는지 급식소에 밥이 없던 모양이다. 거기다 비까지 오니 삼색이 입장에선 그냥 갈 수는 없고 급식소 안에서 기다리면서 비를 피하고 있던것. 그 모습을 본 나는 한편으론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온 삼색이가 측은하고 한편으론 모성이란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밥을 줬다.

대감이 삼색이 치즈의 관계
대감이는 다른 고양이가 자신의 밥그릇에 얼굴을 드리밀면서 먹으려 하면 그냥 궁시렁 거리면서 비켜주고, 애들이 다 먹으면 그 다음 남은 것을 먹었다. 그런 대감이를 알기에 나는 항상 대감이 밥을 따로 챙겨주거나 대감이가 어느 정도 먹을때 까지 기다려줬다. 대감이는 자신도 굶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다른 고양이들에게 밥먹을때 만큼은 양보를 잘했다. 우리집에 오는 동네고양이들중 대감이만 양보할뿐 다른 고양이들은 하앍질은 기본이고 때리고 심지어 춍춍이는 새끼들이 밥을 먹고 있을때 앞에 마주 앉아서 손으로 새끼들의 밥그릇을 빼서 자기앞에 가져다 놓고 먹었다. 이런게 일반적인 고양이의 모습인데, 대감이가 얼마나 인내심 많은 아이인지 느끼게 해준다. 삼색이는 처음부터 대감이랑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던것 같았다. 하지만 치즈가 오면서 부터 묘한 기류가 흘렀다. 치즈는 삼색이 보다는 어렸고 대감이랑도 그닥 친하지 않았던것 같은데, 특히 삼색이랑 사이가 좋진 않았다. 사랑이 꽃피는 계절이오면 대감이는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는데, 치즈가 마음에 들었는지 하루종일 치즈만 쫓아 다닌적도 있다. 그러면 치즈는 왜이렇게 질척거리냐며 때리거나 멀리 도망갔다. 반면 대감이는 삼색이랑은 별일 없이 그냥 지나갔다. 아니면 내가 모르는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들은 여름이 오면 활동량도 많아지고 겨울에 입었던 옷을 벗으면서 한결 가벼운 몸이 되는데, 육아를 하는 엄마 고양이들은 젓을 먹이는 때에는 유독 말라갔다. 그런 모습을 볼때면 안쓰러워 져서 가끔 대감이만 주는 특식같은 것도 어미고양이 한정으로 나눠줬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감이가 특식먹을 때면 삼색이는 멀찍이서 나를 불렀다. 마치 ‘나도 주면안돼냥?’ 이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아련한 눈빛을 보면서 주지 않을 정도로 매정하진 않아서 대감이 먹을 량에서 나눠줬다. 그랬더니 고마웠는지 앉았던 내게와서 다리와 엉덩이에 자신의 몸을 부볐다. 오~ 미라클! 이건 기적이었다. 전에도 말했듯이 그당시 내게 다가오는 고양이는 대감이 밖에 없었다. 거기다 최근 미야옹철 수의사 분의 통계에 따르면 삼색이들은 극내향적이라고 했다. 물론 하하하님네 삼색이처럼 인싸인 아이도 있지만, 드디어 우리동네 삼색이가 나에게 마음을 열었구나 싶었다. 물론 완전히 연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손으로 만지는 것을 어느정도 허락하는 정도니 진짜 많이 발전한 것이다. 길위의 생활이 워낙 고되니 동네고양이들의 수명은 2년정도인데, 그나마 우리집 급식소를 이용하는 고양이들은 추위도 더위도 피하기도 하고 밥도먹고 물도 마시고 하며 지내니 수명이 조금은 길어 졌을 지 모른다. 삼색이의 추청나이는 대감이보다 나이가 1살정도 많이 않을까싶다. 이젠 우리집 마당에 볕이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와서 낮잠을 자고 가는게 일상인 삼색이가 한해 한해 갈 수록 언제, 어느날 갑자기 고양이별로 여행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잠시 머무는 이 지구에서 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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