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송일기] 동네고양이 이야기 _ 오공이편
2021년 1월 11일 화요일 추움

치즈의 첫번째 딸 오공이
오공이는 치즈가 첫번째 출산에서 낳은 3남매중 둘째이다. 치즈가 처음 우리집에 자리를 잡고 얼마안있다가 출산을 했는데, 치즈는 경계가 심해서 사람이 돌아다니는 시간에는 밖에 안나오고 사람이 없는 이른 아침이나 낮에 주로 새끼들과 밖에 나왔다. 그당시 오공이는 다른 형제들에 비해 많이 내향적이고 늘 숨어 다녔다. 그래서 처음엔 오공이의 존재를 모르다가 4개월쯤 되서야 조금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공이의 무늬는 특히하게도 카오스 인데 얼룩덜룩한 무늬가 멋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굴에 있는 무늬가 원숭이 얼굴같이 개성있는 모습이라서 이름을 짓는데 그리 고민하지않았다. 여름이 지나고 엄마치즈가 춍춍이와 오공이 두 남매를 두고 홀연히 다른 장소로 이사를 갔을 때도 둘은 늘 함께 창고 밑을 지켰다. 그러던 어느날 마당 근처에 꿩의 깃털이 여기자기 흩어져있고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 따라가 봤더니, 꿩한마리를 낑낑거리며 혼자 옮기고 있는 오공이를 발견했고 그 옆에 춍춍이는 보기만 했다.(싸움이 될까봐 춍춍이는 보기만 한건지..) 순간 저 꿩이 창고 밑에 들아가는 순간 썩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겠구나 싶어서 오공이 한테서 꿩을 뺏어 땅에 파뭍었다. 혹시 오공이가 보면 다시 팔까봐 애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묻었다. 그렇게 허망하게 꿩을 빼앗긴 오공이에게는 미안하지만, 꿩을 어디서 가져온건지도 의야하고.. 그거 먹어서 기생충 감염되는 것과 썩는 냄새 나는 것은 더더욱 보고싶지 않았다.

그리고 오공이도 엄마가 되었다.
오공이에게도 사랑이 꽃피는 계절이 찾아왔다. 오공이는 치즈와는 다르게 대감이에게 아주 적극적이었다. 대감이만 보였다 하면 바닥에 뒹굴고 부비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 모습이 대간이도 싫지 않은듯, 오공이는 대감이의 정실부인이 되었다. 우리집에서 대감이의 정실부인이 된 고양이들의 거처는 정해져있다. 바로 창고 아래! 그곳은 아늑하고 비바람도 피하고 사람이 오면 피할 수있으며, 먹이와 물이 풍족해서 차지하고 싶어하는 고양이들이 많았다. 물론 오공이는 거기서 나고 자랐지만, 사랑이 꽃피는 계절이 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때쯤 춍춍이는 대감이에게 혼나고 쫓겨나서 마침 새끼를 낳기에도 좋았던 것이다. 이후 오공이는 3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턱시도 2마리에 고등어 1마리, 이번엔 모두 남자아이들인지 활발하고 호기심도 많고 가끔 내가 놀아주면 잘 놀기도 했다. 새끼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는데.. 장마가 시작되던 그해 여름 그 사건이 일어났고, 결국 턱시도 고양이 한마리만 남았다. 유일하게 혼자 남은 새끼를 오공이는 혹시 무슨일이라도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늘 살폈다. 셋이 놀던 그 공간은 이제 턱시도 혼자 놀아야 했고, 셋이 낮잠자고 먹고 했던 그 곳도 이젠 턱시도 혼자였다. 이런 턱시도를 엄마인 오공이는 과보호 했다. 얼마나 과보호하던지 강남엄마 저리가라였다. 무조건 자기 옆에 없으면 울어서 꼭 찾고 특히 자신의 엄마인 치즈가 낳은 판다(치즈딸래미)가 턱시도랑 놀고있으면 엄청 화냈었다. 어찌보면 판다랑 오공이는 자매인데.. 화내는 모습을 보면 둘의 사이는 남보다 못했다. 그래도 턱시도와 치즈딸래미는 오공이 눈을 피해 자주 우리집 마당에서 놀았다.

고양이계의 아침드라마, 검댕이의 유혹
그렇게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턱시도도 여행을 떠나고, 또 사랑이 꽃피는 계절이 왔다. 엄마인 치즈가 고양이별로 돌아가고나서 홀로 밥을 먹으러 오던 치즈 딸래미는 항상 오공이의 눈치를 봤다. 오공이는 그런 치즈딸래미가 오면 무조건 하앍질하고 때려서 쫓아냈고 그래서 그런자 치즈딸래미는 점점 더 눈치를 보며 오공이가 없는 틈에 밥을 간신히 먹을 수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 오공이가 치즈딸래미에게 되려 하앍질 당하고 맞고 쫓겨났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나는 아침 드라마에나 나올것 같은 기가막히고 코가 막히는 사건이 일어나고서야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사건의 시작은 사랑이 꽃피던 봄날에 시작되었다. 대감이는 외롭게 혼자다니며 오공이에게 구박받던 치즈딸래미가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오공이보다는 치즈딸래미가 미모는 더 나았다. 그런 치즈딸래미를 대감이는 이번 정실 부인으로 택한것이다. 그리고 대감이는 더 이상 오공이의 남자가 아니었다. 이말은 대감이가 오공이를 선택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오공이가 대감이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따스한 봄날이 계속 되던 어느날 엄마는 내게 마당에 자꾸 모르는 검은 고양이가 온다면서 혹시 대감이를 밀어내고 여기에 눌러앉을 까봐 저리 가라고 쫓아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게 급식소가 생긴 이래로 이곳을 차지하려는 수많은 수컷들이 다녀갔었다. 물론 언제나 대감이가 싸움을 이겨 이곳을 지켰지만, 엄마생각에 이번 검은 고양이는 얼굴도 엄청크고 덩치도 커서 왠지 대감이가 질것 같았던 모양이다.

얼마뒤 그 검은 고양이를 나도 보게되었다. 그 검은 고양이는 오공이를 따라서 우리집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오공이와 둘이 꽁냥꽁냥했다. 이건 마치 오공이가 ‘오빠~ 우리집에 좋은 사료있어~ 먹고갈랭?’ 이러 먼서 검은 고양이를 데려온 모양이다. 검은 고양이는 엄마가 내쫓아도 느긋하게 ‘오늘도 잘 먹고갑니다~ 수고하쇼’라고 하는 듯 아주 뻔뻔하게 행동했고 이걸 보고 기가 막힌 엄마는 검댕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검댕이가 여러번 찾아오자 나도 대감이의 위치가 흔들리는 것은 아닐까 불안했다. 다행히 내가 나타날때는 잘 도망갔다. 그리곤 오지않았다. 딱히 엄청난 위협을 한것은 없었는데.. 그냥 존재만으로도 뭔가.. 좀 싸 했거나 오공이에게 소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공이가 이렇게 바람이 난것도 대감이는 알고 있었던것 같고 자연스럽게 대감이의 정실부인이 된 치즈딸래미는 오공이에게 방빼라고 쫓아냈고, 그후 오공이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내며 밥먹으로 가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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